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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 제라늄과 들리지 않는 소리.

삼각지와 신용산 역 사이에 있는 꽃집에서 제라늄을 산적이 있다. 길가다가 충동적으로 샀는데 정말 아무생각없이 없었다. (그때당시.) 하지만 나는 2년넘게 제라늄을 생각해 왔었다. 첫사랑을 그리워 하듯이.(처..처...첫사랑? 내게 첫사랑을 물어보면 선뜻 누구를 말해야 되나 심각한 고민해 빠진다. 세븐일레븐에서 4월말까지 제로콜라를 1+1에 팔당시 2개를 집어야 하나 동생것까지 4개를 집어야하나 딱 5초 고민할때와 같이.)     옛날에 살던 곳에 하얀색 제라늄이 있었는데 베란다에 방치해 두고 로보트처럼 물만 주곤했었다. 그런데 1년동안 죽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집을 비워도 그대로였다. 나는 감탄했으며 그 집을 떠나면서 그 애를 그냥 그곳에 두고 작별을 하면서 언젠간 다른 제라늄을 만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새로이사간 집엔 '난'을 두었었다. 난(내가 아니라) 역시 잘 죽지 않았다. 무심해도 굳건히 버텨주었다. 그래도 그 겨울에 한참 제라늄을 찾으러 다닌적이 있었다. 매번 지나가는 꽃집에 들러 최소 다섯번은 물어보았지만 어찌어찌해서 구할 수 없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집에 살고 있다. (글만 봐선 무슨 노매드 같은데.) 결국 아무생각없이 산게 아니라 내 머릿속 1%정도는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타이밍이 벌어졌겠지.   집에 데리고 와서 애지중지 돌봐주었다. 원래 동식물관리에 매우 서투른 나지만 아침에 일어나 물주고 창가에 두고 저녁엔 다시 화장실에 데려가 물주고 하는 것을 매번 반복했다. 하루가 다르게 싱싱! 해져가는게 아니라 죽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웃기지만... 난 정말 울고 싶었다. 식물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쪽팔리지만 사랑해!죽지마! 라고 소리내서 말해보았다. -_- 귀가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내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는지 나날이 죽음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미워졌다. 화장실 구석에 놓았다. 물은 이틀에 한번, 요즘은 삼일에 한번 주었다. 꽃은 흔적도 없어졌으며 이파리까지 말라가고 있다. 다섯줄기정도 간당간당 살아있다.

그래서, 가위로 마른 줄기들을 모조리 잘라 주었다. 덤덤하게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흙을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 아주 작은 거미 비슷한 것들이 있었다. 아얘 버리기로 마음을 먹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하니 수경재배가능하다고 잘라서 물에 담그면 괜찮다고 하며 살아있는거 그렇게 , 여기서 내가 말을 잘랐다. 어차피 엄마도 바쁘신것 같았고 난 다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자른건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콜라병을 자르고 물을 담아 살아있는 몇몇 줄기를 담가놓았다.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 줄기를 내렸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스티로폼에 꽂아줄테고 더 잘 버틸 수 있겠지. 왜, 버티라고, 아프지말라고, 죽지말라고 얘기해야 하는건지?
선인장을 좋아해야 할것같다.






















sick geranium

by edelweiss | 2011/05/28 12:50 | 미궁 2011 | 트랙백

버스안, 창문밖으로 보이는 한강

오늘 아는 언니가 말했다. 진지한 사랑은 싫어~라고. '저두요.' 라고 말하고 그 속에 모순이 있다는 걸 언니나 나나 알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헤메고 있는 중일테니까. 앞으로 150번 또는 500번대의 버스를 몇번이나 더 타야 내가 그리는 그 사람을 만날수 있을 것일까. 다음주부터는 600번대의 버스를 타고 가볼까,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가볼까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1분 1초, 모든걸 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를 만나는건 내가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사람을 그리워 하는데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없이 사막에서 이틀동안 걸어가면 너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면 나는 걸어갈거야. 1분동안 네 눈을 바라보고 1분동안 안을 수 있다면 네가 모래가 되어 내 몸 사이로 흘러내려도 난 후회하지 않을거야.)

(그리고 돌아가는길 사막여우를 부둥켜안고 울겠지.)


by edelweiss | 2011/05/27 23:47 | 미궁 2011 | 트랙백

어른소년

11:37 am 시간이 참 애매하다. 완젼 일찍 일어났다면 오전에 어디 한군데라도 찍고 오거나 쌓아논 할일 중에 하나는 끝냈을 것인데. 어제 일찍 1시정도에 잤는데 참 오랫동안 쿨쿨도 잤다. 싱거운 미역국이랑 밥을 먹었다. 역시 국은 싱거워야 제맛이야! 라며 뿌듯하게 섭취했다. 만약 미래의 배우자가 싱거운 국이나 스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쩌나 걱정?은 아니더라도 궁금하긴 한데, 내가 워낙 싱거운 음식에 익숙해서 인지 hubby의 입도 싱겁게 만들어줄것이다! 쪼옥~(헉)

엄마가 내 건강을 생각해서 싱겁게 만들어 주시는건 좋은데, 어쩌면 그래서 내가 밥먹고 달달한 간식을 찾는거 일수도...(핑계) 어차피 짜고 매운 음식먹고 간식먹는것보다 싱겁게 먹고 간식먹는게 낫겠지. 아님 아얘 안먹던가~

지금 고민되는게 하나 있다. 거기 갈것인지 아님 그냥 있을 것인지. 갈거면 지금 당장 방을 뒤집어 엎어 정리가 아닌 청.소.를 해야 한다. 어디보자. 오늘도 책상위 정리서랍은 두번째 세번째 칸 모두 열려있고 테잌아웃커피컵 두개, 그냥 컵 하나, 펼쳐진 책, 휴지, 고무, 지하철 노선표, 외장하드, 영수증 등등. (스피커는 한놈은 서있고 한놈은 누어있다.) 화장대 위에는, 일회용렌즈케이스, 머리끈5개가 앉아있고 이 서랍역시 열려있다. 화장대 의자 위엔 책, 필기구, 비닐.

바닥엔 가방두개, 허물들, 스타킹 양말. (그래도 착하게 한쪽으로 몰려있네) 근데, 친구들에게 지금 방 폭탄맞아서 오라고 못하겠다고 하면, 막상 와서 다들 '이정도면 괜찮네 뭐' 라고 할때도 많다. 심한건 아닌가 보다. 내가 기준을 모르니.

아, 그래도 MJ에 비하면 먼지하나 없는거나 다름없지. 어느날 MJ가 방이 너무 지저분하니까 치울동안 거실에 잠깐 있으라고 한적이 있다. 나는 아줌마와 티비를 보다가 어색해서 급 방에 들어갔다. 근데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침대위로 올라가 침대위 또한 앉을 곳이 없어서 헤드 앞에 쭈구리고 있었다. 그렇게 살면 벌레가 나올것 같았다. 다행히 벌레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MJ 화장대에 있는 쵸콜렛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다. MJ방에는 항상 쵸콜렛이나 검 같은걸 구비해 두고 있었다.

가끔 방을 정리하고 가구 배치를 다시 할때가 있다. 사진과 포스터(나의 레어아이템)를 옮겨 붙이기도 한다. 후에 뿌듯하게 침대에 누워 팔을 뒤로 젖혀 헤드를 잡고 생각을 한다.

내방에 데려오고 싶은 소년이 있으면 좋겠다. 키린지의 음악을 틀어놓고 침대에 앉아 시원한 쥬스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 방 완젼 고물상이야. 안버리고 모아두는게 엄청 많아. 자랑은 아니지만 특이한게 좀 있어' 하고 toybox라고 씌여진 나무로 된 보물상자에 있는 것들 중 몇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건 베를릴장벽에서 가져온 돌이고 이건 어렸을때 케잌위 장식인데 예뻐서 버리지 않고 나뒀는데 희안하게 안썩더라.' 또는 '이건 내가 만든 초인데 너 가져도 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는 이건데 좋아하는 사람 만나러 갈때 뿌려' '이건 미술관 갔을때 직접 모션픽쳐를 만들 수 있게 그려본거야' '이건 기타 배울때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인데 민망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데 어려보이게 나왔어. 약간 만화주인공 같지 않아?'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하는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여기 봐 창문열면 나무가 보여서 좋고 밤에 열어두면 이마로 바람이 불어서 시원해'
그리고 20분정도 잠들었다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간다.

친구도 학교도 다 필요없고 딱 저만한 소년만 있으면 된다.


by edelweiss | 2011/04/10 12:16 | 미궁 2011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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